유토피아 (理想國)

 산업혁명과 ‘세상에 없는’ 유토피아

 태초부터 완만하게 발전하던 기술과 사회는 고작 200~300년 전 영국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전무후무한 변곡점으로 그렸다. 그것은 전기, 증기기관의 동력개발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기술 개발에 잇따른 산업혁명이었다. 인간(Human)이 아닌 기계(Machine)가 움직여 작업한 노동으로 자연의 유기적 풍경과 크게 이질적이지 않았던 건축, 의상, 제품, 생활용품 등 모든 풍경은 자로 잰 듯 정확한 직선과 곡선을 담게 되었고, 현미경(Microscope)과 망원경(Telescope)의 등장으로 육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세포 구조와 우주의 구조를 들여다 보며 인간의 감수성은 큰 혼돈(Chaos)을 겪었다.

산업혁명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세계만 바꾸어 놓은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생각과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가까이는 생활 모습의 변화가 있었다. 낮에 일하고 밤에 자도록 되어 있는 자연의 법칙을 존중하던 세상에 전기가 들어오며 인간은 자(自)의지로 수면리듬을 바꿀 수 있게 되었고, 걷거나 말을 타고 장시간을 움직여야 했던 또 때론 목숨까지 불사해야 했던 ‘내 몸이 움직이던’ 여행은 안락한 물질공간 안에서 동력의 ‘차(車)가 움직이는’ 여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더 멀리서 내려다 보면 문화가 바뀌고 있었다. 사회 곳곳에 들어선 공장에서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일명 대량생산된 물건들을 대중들이 ‘똑같이’, ‘저렴하게’, ‘빠르게’ 구매하는 시대로 들어서며, 사회 전체는 공장의 성격을 닮아가게 되었다. 여기서 비롯된 분업화, 규격화, 표준화, 획일화는 학교 교육에서부터 시작하여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산업혁명이 낳은 대량생산은 예술과 디자인의 운명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고작 500여 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 어떻게 해서건 사람과 똑 같은 피부의 질감과 역동적인 근육을 표현하려 애쓰던 르네상스 화가들이 1917년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이라는 작품을 봤다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대량생산된 변기에 떡 하니 사인을 하여 미술갤러리라는 공간에 값비싼 예술작품으로 전시되어있는 그 광경을 보았다면 말이다. 또 디자인은 어떠한가? 물론 디자인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구상하다’는 뜻이기에 넓은 의미의 디자인은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존재했다 말할 수 있지만, 오늘날 흔히 말하는 산업디자인(Industrial Design)은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것이니 그저 영향을 끼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개념을 탄생시킨 것이다.

물론 산업디자이너 임에도 불구하고 이념에 따라 대량생산과 기계미학에 반감을 가졌던 집단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과 반대 입장에 서 있던 디자이너들은 대량생산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비단 값싸고 질 좋은 물건 뿐 만 아니라, 누구나 똑 같은 물건을 누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한 사회적 ‘평등’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들은 자신이 그린 디자인과 시스템으로 세상을 더 나은 유토피아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21세기를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는 유토피아만을 목도하고 있지 않다.

 

 

* 유토피아 : 토마스 모어 경의 동명 소설인 ‘유토피아’에 등장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세계. 훗날 반대어를 만드는 접두사인 ‘디스(Dis-)’가 붙어 우울한 미래를 예측하는 소설이나 개념에서 자주 쓰이는 ‘디스토피아’라는 단어를 파생시켰다. 

*이 글과 사진 등의 컨텐츠 저작권은 스틸라이프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활동을 포함하여 무단 전재와 복제는 법으로 금지되어있습니다.

Copyright © 2016 STILL LIFE. 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