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잔(盞)

 세상의 어떤 아담들과 어떤 이브들이 밤 10시에서 새벽 6시 사이 시간에 잔(盞, Cup)을 마신, 혹은 시간의 잔(盞, Weight)을 감당한 이야기.

 

밤 10시, ‘팅, 팅’ 술잔을 쥔 손은 경쾌한 리듬을 만든다. 쏟아내는 입, 스캔 하는 눈, 스마트 폰을 쥔 손가락 모두 각자의 업무로 바쁘게 움직인다.

 

밤 12시, ‘둥, 둥’ 심장을 터트릴 것 같은 스피커 주변으로 아담과 이브는 몰려든다. 심박과 맥박이 자신의 몸의 리듬을 따르는지 스피커의 진동을 따르고 있는지는 이 순간 하나님만 아실 뿐이다. 밤의 어두움을 테크놀로지의 전기 빛으로 역행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이 장소에서 아담과 이브는 서로를 바라보며 더 큰 어둠을 찾아 눈을 감는다. 흔들리는 스텝 사이로 서로의 몸을 꼰다. 감긴 몸에 서로의 타액을 입에 담아 마신다.

 

밤 2시, ‘챙그렁, 다다다다닥’ 깨진 유리잔을 쥔 아담은 위험하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소리 지르는 아담을 좆아 잃어버릴 것이 많은 또 다른 아담들이 뛰어간다. 아담의 고함소리, 이브의 비명소리, 그리고 경찰들의 추격. 조용한 밤의 모퉁이에 수천 년을 쌓아 맺은 사회의 약속들이 무너지며, 오로지 힘의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는 범죄의 시간이 공존한다. 가장 깊은 어두움의 시간의 잔에는 생사의 갈림길이 담겨있다.

 

새벽 4시, ‘치이잉, 치이잉’ 전국에서 쓰레기차 수거를 시작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시간을 기점으로 올빼미들은 빛을 피해 눈을 감을 준비를 하고, 새벽을 깨우는 새들은 눈을 뜬다. 아침 버스와 지하철 첫차에 오른 아담과 이브들의 옷차림은 직업에 따라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아직 잠을 쫓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그러진 고개는 차의 움직임에 맞추어 수직상하와 포물선을 그리며 가눌 길 없는 모양새로 끌려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각기 다른 타이밍에 한 가지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각자의 목적지에서 누가 깨워주는 사람이 없어도 알아서 일어 난다는 것이다. 생명의 에너지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시간에 사람들은 작은 기적을 마음에 간직하며 감사를 마음의 잔(盞, Cup)에 담는다. 아침의 태양은 고개를 들며 사람들의 삶의 잔(盞, Weight)을 격려한다.

아침 6시,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삐그덕, 삐그덕’ 하나의 발걸음이 마른 나무 바닥을 무겁게 누르며 정적을 깨우는 소리를 낸다. 잇따라 또 하나의 발걸음이 같은 소리로 따라 붙는다. 그리고 두 개의 삐걱거림은 이내 ‘스윽, 스윽’ 더 따뜻한 데시벨의 소리로 전환된다. 아빠와 엄마는 한참을 TV보다가 늦게 잠든 아이를 발소리로 깨우기 싫어 슬리퍼를 신는다. 그러한 마음의 온기는 차가운 바닥의 냉기를 벗어난 발의 온기와 한 몸에서 만난다. 곳곳에 켜진 부드러운 불빛은 아직 잠들어 있는 아이의 방문 틈을 비집어 안부를 묻는다. 잠을 설친 아이는 스며든 빛을 보며 전날 어둠의 무서움을 잊고 더 꿀 같은 아침잠에 빠진다.

 

아담과 이브는 아침밥을 준비한다. 한 명은 토스트를 굽고 한 명은 커피를 내린다. 기계를 타고 돌아 원두와 만난 물은 맛과 향을 입고 잔에 담기기 시작한다. 넉넉한 잔의 크기만큼 넉넉한 손잡이가 달린 머그잔을 쥐고 잠시 서로의 눈을 맞춘다. 덜 갖추어 입은 옷도, 헝클어진 머리도, 눈에 눈곱도 보이지 않는, 이순간만큼은 밝은 안목의 냉정함이 사랑으로 덮어진다.

 

하루 종일 치열할 각자의 삶의 잔에 사랑을 담는다.

 

 

 

* 장소, 시간, 에너지 : 현대의학과 한의학에서 말하는 건강을 바라보는 관점은 굉장히 다르다. 현대의학에서 질병은 문제가 생겨난 그 부위에 집중하는 반면 한의학에서는 몸 전체의 균형과 조화에 관해 고찰한다. 한의학에서 몸이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잘 때 흔히 골든 타임이라고 말하는 시간은 저녁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로 이때 잠을 잔 것과 다른 시간에 잠을 잔 것의 수면의 질은 크게 다르며 건강에 미친다는 법칙을 따른다. 이때 분명히 사람의 건강은 시간과 땅의 에너지에 영향을 받고 다른 정서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개념이 파생된다. 

 

글: 정은 작가

Identification and Creation

Object Name / Mug

Classification / Cup

Work Type / TABLE WARE 

Year of design / 2015 SS (1st generation) / 2016 SS (2nd generation) / 2016 FW (3rd generation) / 2017 SS (4th generation)

 

Physical Descriptions

Material /  Celadon Porcelain

Dimensions / Small Ø55 x 80mm / Medium - Ø65 x 100mm

Country / Made in Korea

 

Contexts and Rights

Directed by STILL LIFE

Produced by CHAPTER 1 

Managed by Nari Kwon

written by Jungeun Jacka

photography by Suk Jun / Junul H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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