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Addam)

 하나님이 아담을 부르시며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디 있느냐?’

‘내가 벗었음으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

'내가 네게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

‘하나님이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나는 지금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 그리고 벗고 있다. 아니 철저히 벗겨졌다. 지상파 뉴스와 세상은 온통 나에 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이상한 일이다.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저지른 일들은 맞지만, 뉴스 속의 내 모습은 내가 아는 나와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저게 나란 말인가?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성북동 집 앞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을 테니, 일단 결혼 전 신참 변호사 시절 살던 논현동 I호텔 옆 단독주택로 발길을 옮겼다. 결혼 후 혼자 집필과 연구 할 공간으로 사용되길 꿈꾸며 남겨둔 곳이었다. 건물의 현관은 높은 천장에 프랑스 바로크 풍 금장 오너먼트와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어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막상 내부는 한때 맨하탄 여피족들이나 심취했을 법한 통유리 창에 심플한 화이트 사각 공간이었다. 현관과 내부공간의 이질성을 극복하려는 듯 바닥재에 깔린 고가의 이태리 대리석은 빛의 각도에 따라 미묘한 반짝임을 선사하고 있었다. 세상을 황금의 날카로운 명함으로 다 베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던 젊은 법조인이 이 공간에서 필요하다고 느껴졌던 것은 ‘성공을 위한 시간’ 과 대리석의 냉기를 막아줄 ‘슬리퍼’ 정도나 될까.

현실은 나에게 이 공간에 대해 까맣게 잊게 했다. 망각의 시간의 길이만큼 아득한 기억 속 내 자신의 모습이 곳곳에 뿌옇게 박제되어 있었다. 혼자 LP판을 들으며 감성을 틔우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를 몇 번씩 읽으며 세상의 옳고 그름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던 눈에 총기 가득한 젊은이가 있었다. 유리창에 비친 현재의 자신을 보며 질문을 던진다. 그는 지금 또 어디에 있을까?

나는 변명하기 시작한다.

‘당신이 세상에 주신 술에 내 이성은 취해버렸습니다.

당신이 세상에 주신 여자들이 내 눈의 빛을 빨더이다.

당신이 세상에 주신 돈과 권력의 권위에 앞에 입 다물었을 뿐입니다.

그런 식으로 당신이 하신 말씀에서 몇 글자 바꿈으로 나는 그들의 세계에 초대받을 수 있었습니다’

알몸의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님이 아담을 에덴동산에서 내쫓고 나서 안쓰러움에 지어 입히신 가죽옷대신 가죽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내 발이 하얗게 질려 있는 것을 보고서야 피가 안 통할 정도로 발가락을 꽉 오므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의식을 발가락 쪽으로 내려 있는 힘껏 발가락을 펼쳐본다. 발바닥의 온기를 느끼는 순간 한기를 내모는 뜨거운 피가 왼쪽 발에서부터 올라와 심장을 타고 내 머리를 돌아 오른쪽으로 다시 내려간다. 생명을 일깨우는 피의 흐름이 지나가며 가슴에 저릿함을, 눈에는 눈물을, 그리고 내입에 한마디 던져주었다.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참조 : 창세기 3장
9: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부르시며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디 있느냐
10: 이르되 내가 동산에서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
11: 이르시되 누가 너의 벗었음을 네게 알렸느냐 내가 네게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 

 

글: 정은 작가

 

 

Flat Nubuckskin / Italy genuine leather

New Buckskin에서 유래된 단어로 가공된 소가죽의 털이 있던 단면의 털을 제거한 후, 그 면을 아주 고운 샌드페이퍼로 문질러서 가죽 표면의 질감과 터치감을 부드럽게 살린 고급스러운 촉감의 천연가죽입니다. 외부의 급격한 기후에도 충분히 착용할 수 있으며, 내구성이 강한 장점이 특징입니다. 통기성이 좋으며 발생하는 땀을 밖으로 배출시켜 신발의 소재로 주로 사용됩니다.

다른 슬리퍼와 달리 앞트임이 짧아 발가락이 거의 보이지 않음과 동시에 통풍이 잘 되도록 되어있습니다. 부드러운 누벅가죽이 발등을 감싸며 바닥의 가죽 질감과 쿠션감까지 형태와 실용성 모두를 생각하였습니다. 남 (260-290mm), 여 (230-260mm) 두가지 사이즈로 구성되어 있으며, 천연가죽의 가공과 마감까지 100% 수작업을 거쳐 대량 생산과정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편안함, 그리고 배려를 위해 만들어진 거실슬리퍼로 온전한 나만의 휴식시간을 스틸라이프와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천연가죽 전용 관리법은 하단의 Notice를 참고해 주십시오.

 

NOTICE

-물세탁 또는 장시간 직사광선 노출에는 가죽의 틀어짐으로 형태변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천연가죽은 습기에 약해 의류 등 마찰되는 부분에 조금의 이염이 될 수 있습니다.

-표면에 스크래치가 났을 경우 부드러운 샌드페이퍼로 문질러 주십시오.

-물에 살짝 젖었을 경우 물기를 제거한 후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건조하십시오.

-얼룩과 주름은 천연가죽의 특징으로 교환 및 환불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모든 제품은 수작업으로 만들어져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Identification and Creation

Object Name / Addam

Classification / Slipper

Work Type / Life Ware

Year of design / 2016 Fall (1st generation) / 2016 Winter (2nd generation) / 2017 SS (3rd generation)

 

Physical Descriptions

Material / Flat Nubuckskin (Italy genuine leather)

Dimensions / Women's 230-260mm / Men's 260-280mm

Country / Made in Korea

 

Contexts and Rights

Produced by STILL LIFE

Designed by STILL LIFE 

 

written by Jungeun Jacka

photography by Suk Jun / Taejun Lim

 

 

*이 글과 사진 등의 컨텐츠 저작권은 스틸라이프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활동을 포함하여 무단 전재와 복제는 법으로 금지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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